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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석진우 컬럼

석진우 컬럼 _ 오심은 왜 나오는가?

by HUEMONEY 2020. 11. 9.

 스포츠 기자이자 작가인 릭 고셀린은 2019년 자신의 SNS에서 NFL 심판들이 경기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30년간 계속해서 반칙횟수와 총 penalty 거리수가 계속 증가하는 통계를 제시하였다.(실제로 계속 반칙횟수와 야드수가 증가하고 있음) 모든 시스템과 절차와 제도가 완벽할거라 생각했던 NFL에서도 심판의 판정은 항상 뜨거운 이슈이다. NFL에서는 최근 리그사상 처음으로 심판의 잘못된 판정을 이유로 수퍼볼 기간(superbowl era)에 심판을 해고했다. 

그렇다면 NFL, KAFA 관계없이 왜 오심이 나오는가? 

첫 번째 심판의 자질문제이다. 오심이 나오는 첫 번째 원인은 사람에게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심판의 자질문제다. 충분한 경험이 없어서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실수가 나오기도 하고, 변경된 규칙에 대한 정확한 숙지가 안 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로 심판의 타고난 자질(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관찰력과 자기확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온 오심이 있었다. 타자의 타구를 수비가 펜스 앞에서 잡았는데 심판이 2루타로 선언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비디오 판정에 시간을 넘긴 심판진이 이 문제를 지적한 감독을 퇴장시켰다. 동일한 심판조가 이틀연속 이런 실수를 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 3-4위전에 심판이었던 한국 국제심판은 경기후 자격 박탈을 청원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갔다. 시청자가 지적한 심판판정의 피해팀은 박항서감독의 베트남팀. 필자가 했던 정말 아찔했던 오심은 칼럼 전편에서 이미 고백한 바 있다. 그 오심은 100% 심판의 자질문제였다. 

두 번째 심판의 윤리문제이다. 미국에서는 과거 선수들 뿐만 아니라 심판들도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사실이 발각되어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건이 종종 있었다. NBA나 NHL 심판들이 도박 사기에 매수되어 경기를 조작하다 적발된 건들이었다.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사건은 국내에서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범죄수준의 윤리문제는 이 글에서는 자세히 다룰 필요가 없을 듯하다. 

심판의 윤리문제는 비단 이렇게 범죄로 다스려질 정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위 make-up call이라고 하는 보상을 위한 판정이다. 야구의 경우 선수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나면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변경된다던지, 경기초반 A팀에 불리하게 적용했던 심판이 경기후반 B팀에 불리하게 적용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심판이 잘못 판정했다고 생각한 결과 그것을 균형 잡기 위해 보상차원의 판정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미식축구 경기에서도 제법 찾기 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make up call 과정이 반복되면 경기 전체가 엉망이 되고 결코 경기를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심판의 실수나 편향이 있었다면 본인이 깨닫는 순간 공평하고 정확하게 경기 끝날 때까지 다시 집중해서 판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한쪽 팀이 심판의 실수로 불이익을 한번 당했다고 해서 상대팀에게 다시 보상하는 판정을 하게 되면 심판의 판정 자체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된다.

 

애초부터 실수나 편향된 판정이 없어야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바로잡기 위해 또 다른 실수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보상 판정은 없어야 한다. 

세 번째, 심판의 개인적인 선입견도 대단히 문제다. 자신의 제한된 경험이나 카더라~라는 풍문에 의해 경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편향된 시각으로 특정팀을 미리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팀은 플레이가 깔끔하고, 어떤 팀은 홀딩을 자주하고, 어떤 팀은 비신사적인 행위가 많고, 어떤 팀은 상대를 고의로 다치게 하는 플레이를 많이 하고, 이 팀은 우리 모교 팀이랑 합숙도 자주하고 친하고 등등....협회 심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특정팀 벤치에 들어가서 훈수 두는 심판, 노골적으로 특정팀을 응원하는 현역 심판들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그 팀 경기에 심판으로 들어가면 추상같은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네 번째는 운동장, game clock 등 경기 하드웨어와 시설이다. 이건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서울에는 과거 예선전을 많이 치뤘던 도봉구에 위치한 흙구장이 있다. 도봉구장이라 불리던 곳. 성균관대 소유 운동장인데 그나마 미식축구 시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몇 안되는 운동장이었다. 그런데 흙구장이다 보니 라인을 그어도 1쿼터가 지나면 반 이상 라인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규칙에서 요구하는 거리가 나오지 않아 local rule로 적용하는 곳이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라인은 온데 간데 없이 심판들의 판정과 사이드라인에 서있는 체인판과 다운판만 보고 시합을 해야 했다.  심지어 H-bar 바로 옆에는 나뭇가지가 늘어져 있어 혹시 킥된 볼이 나뭇가지에 걸리면 킥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정하지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실제로 End-zone에서 패스가 성공인지 out of bound인지 시시비비가 종종 일어나곤 했다. 

십여년전 도봉구장에서 대학미식축구 서울지역 예선이 있었다. 두 팀이 서로 라인선상에서 반칙이 많이 나왔다. illegal formation 반칙..즉 스크리미지 라인에서 오팬스 리시버들의 위치가 계속 문제가 되어 양 팀 모두 합해서 10개 이상이 나왔고 경기 후에 심판중 한사람이 양 팀이 평소 연습이 부족해서 줄을 맞추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감독들은 심판이 운동장의 열악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기계적으로 규칙을 적용한다는 불평불만이 나왔다. 해당 반칙들이 연습부족이 원인이냐 운동장이 원인이냐로 감독과 심판간 언쟁이 있었다. 

두어달 후 도봉구장에서 부산팀이 올라와서 전국8강전을 서울팀과 시합하게 되었다. 해당 시합에 심판으로 들어갔는데 부산팀이 그 시합에서만 illegal formation 반칙만 7개 이상을 범했다. 서울팀은 해당 반칙이 없었다. 서울팀은 WR이 오팬스 라인에서 그리 멀지 않은 2~3야드 위치한 포메이션이었다. 해당 부산팀은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팀이었고 그 해 우승했다. 이 경기를 통해 불행하게도 운동장이 원인이라는 나의주장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푸른색 잔디에 하얀색 라인이 정확히 그어지고 1야드 표시까지 있다면 멀리서도 공의 위치를 정확히 알게 되니 리시버들이 내려서는 실수를 할 이유가 없고 심판들도 판정에 실수가 없을 것이다. 지난 호에서 신아람 선수의 억울했던 오심을 기억할 것이다. 시합이 재개되어도 가지 않는 초시계, 라인이 보이지 않는 운동장...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하드웨어의 적극적인 개입과 심판 판정의 지원 측면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흔히 비디오 판독은 미식축구, 야구나 축구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아주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심판의 실수를 적극 만회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구기종목중 선수간 육체적 접촉이 없어 심판 판정도 대체로 깔끔한 경기진행으로 기억하는 배구의 경우 2007년부터 우리나라가 배구에서는 세계 최초로 비디오 판독시스템을 도입했다. 절차와 횟수가 정해져 있고 판독요청 불가한 사항도 있다. 2014년부터는 FIVB(국제배구연맹)에서도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테니스의 호크아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볼의 아웃과 세이프 판정에서 엄청난 정말화면으로 판정한다. 테니스의 서브는 보통 시속 200km가 넘나든다. 사람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이를 판정하기 위해 코트 곳곳에 초고속 카메라 10대 이상이 설치된다. 2006년 US 오픈에서 처음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국기, 태권도도 비디오 판독시스템이 있다. 두 선수가 엉킨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심판이 선수들의 주먹이나 킥의 궤적을 좋은 각도에서 볼 수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TV에서도 분명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봤는데 다른 각도의 비디오는 고개를 돌리는 장면과 겹쳤을 뿐 전혀 가격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확인된다. 태권도는 2009년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오심이 나오는 마지막 원인으로 완벽하지 않은 규칙 그 자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자 한다. Jonny Huges라는 sports writer스포츠에서 최악의 규칙 10가지를 언급했다. 
2. MLB의 고의사구 
3. NHL의 point for a loss in overtime 
4. MLB의 올스타게임 승리팀의 홈필드 어드벤티지 
5. NCAA 농구의 possession Arrow 
6. NBA의 점프볼
7. Boxing의 점수제도 
8. NCAA 풋볼의 컨택 없는 볼케리어 볼데드 규칙
9. MLB의 대타 제도 10. 축구의 30분 연장전 제도

그런데 1위로 꼽은 규칙이 바로 NFL의 Overtime Coin Toss제도였다. 

Huges가 지적한 지점은 스포츠는 운(luck)에 의해 좌우되어선 안되고  연장전에서 먼저 공격권을 가진 팀은 아주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연장전 들어가기 전 총 전진 야드수가 더 많은 팀에게 우선권을 준다든지 하는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Luke Bunger 기자는 왜 ground는 fumble을 만들지 못하는가 라든지, Helmet to Helmet이 과연 합리적인 규칙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꼽은 dumb rules 리스트에 대해 동의하고 안하고를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심판의 오심에는 규칙 그 자체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규칙은 모호해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불필요한 규정이 많아도 문제다. 규칙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규칙이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경기를 운영하고 진행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규칙도 있고,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도 있다. 수비나 공격 어느 한 팀에 너무 유리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규칙도 있고, 지나친 상업적 표시나 활동을 제한하는 규칙도 있다. 스포츠와 선수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규칙도 있다. 운동장 규격은 경기운영을 위한 기본규칙이지만 볼의 공기압력은 공격팀에 너무 유리하지 않게 하는 균형을 위한 규칙이다. 유니폼이나 양말의 색깔통일 규칙은 기본적인 규칙이기도 하지만 TV등 매체의 발달로 미식축구 자체를 좀 더 멋지게 보이도록 조치한 규칙이기도 하다. 법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규칙을 만들게 된 취지를 안다면 규칙 적용에 있어 훨씬 유연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일정 숫자의 공격수가 스크리미지 라인에 있도록 한 규칙은 보기엔 기본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기본규칙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취지는 선수들의 부상방지 및 공격팀의 지나친 공격력을 일정부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과거 미식축구 초창기에 flying wedge formation이 있었고 리드 블록하는 공격선수들이 3~4선으로 겹겹이 상대와 최대 스피드로 블록하면서 많은 부상자 및 심지어 사망자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런 규칙의 취지를 안다면 도봉구장과 같은 흙구장에서 라인을 잘못 찾아서 내려선 WR에 대해서 올라 서지 않았다고 굳이 flag를 던질 필요가 있을까? 오팬스 라인에 가까이 붙지 않는 WR은 러시 작전때 LB를 블록하지 못하므로 내려 선 위치가 더 불리하다. 

그렇다면 오심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은? 이미 원인 속에 답이 있다. 심판의 자질과 윤리문제는 잘 준비된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으로, 운동장을 포함한 하드웨어와 시설은 협회의 투자와 준비로, 규칙의 허점이나 적용의 문제는 충분한 토론과 유연한 local rule 적용으로 극복 할 수 있다. 말이 쉽다고? 말이라도 쉽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의 주장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이야기란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방울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실수에 대해 유독 관용을 베풀지 않는 대상이 있다. 그렇다. 심판들이다. 심판은 실수할 수 있지만 해선 안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무결점 순수 그자체 그대 이름은 심.판.이다. 

대한민국에서 2020년 미식축구 심판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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