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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석진우 컬럼

석진우 컬럼 _ 코로나가 스포츠까지 삼킬 것인가? - 포스트 코로나시대 한국미식축구

by HUEMONEY 2020. 10. 5.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아니, 흔들다 못해 아예 바꾸고 있다. 여름이 왔는데도 이 망할 놈의 바이러스는 그 위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 발생이 역대 최고라는 뉴스가 나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중국 베이징에서 다시 1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외신이 있었다. 이번 가을 독감과 함께 코로나가 유행한다면 중환자 치료에 한계가 올거라는 국내 감염질환 전문가의 인터뷰가 오늘 아침 뉴스를 장식했다.

필자 석진우의 가족 사진

우리 집에는 초등학생 2명, 고등학생 1명의 막강 삼남매가 있다. 광안대교 통행료 1,000원 할인이 피부로 느끼는 혜택의 대부분이지만 다자녀 가족이며 자랑스러운 애국자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몇 개월간 집에서 아이들과 전쟁을 치렀다. 이젠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 적당히 하라는 말도 미안할 지경이다. 최근에야 겨우 등교가 시작되어 다행인데 부모로서는 여전히 불안 불안한 마음이 공존한다.

필자의 직장이 병원이라 이번에 코로나 관련해서 방호복을 입고 7시간 동안 환자이송 업무를 보기도 했다. 20대 후반의 젊은 직원은 당일 업무를 마치고 몸살이 나서 다음날 하루 쉬었다. 작년 12월부터 거의 7개월 가까이 부서 팀원들과 공식적인 회식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한 번 했다. 각자 집에서 혼술하면서 인증샷을 서로 교환하는 사이버 회식이었다.. 

코로나의 역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증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도심에 야생동물이 출몰하고 대기 환경은 깨끗해졌다. 중국과 한국의 인공위성 사진에는 누런 대기가 맑고 푸른색으로 변해있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손씻기를 자주하면서 다른 감염질환들도 같이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작년 우리가족이 한번씩 경험했던 감기를 올해는 아무도 앓지 않았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증가한 업종이 있다고 하지만 실업급여 지급액은 예년에 비해 10배가 넘었다고 하고,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벌써 논하고 있다.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는 완전히 복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교통과 주거시설의 기준, 심지어는 권력구조의 변화를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스포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전세계 모든 스포츠 활동이 일순간 정지해 버렸다. 도쿄 올림픽은 내년으로 연기되었고 그 마저도 취소가능성 이야기가 들린다. 유럽의 축구리그들이 중단되었고, 미국 메이저리그도 중단했다. 방역 모범국인 우리나라는 프로야구도 무관중이지만 5월이 되어서야 시즌이 시작되었고 연일 세계적 화제의 중심이다. ESPN에서 중계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미국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홈플레이트나 1루에서의 경합모습을 메트릭스 영화와 같은 기법으로 다양한 각도를 보여주고 있다. 타자들의 빠던은 한국야구의 매력적인 문화로 소개되기도 한다. 손흥민이 속한 프리미어 리그는 최근에야 무관중으로 다시 경기를 하고 있고, 메이저리그는 경기수를 60경기 정도로 대폭 줄여서 올해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수들의 연봉은 60% 이상 삭감된 상황이다. 

한국미식축구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가을 시즌 일정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반가운 소식이다. 각 학교에서는 우선 신입생 선발에 많은 고민이 있다고 한다. 작년과 같이 신입생을 모집한 팀들도 있는가 하면 제대로 리크루팅을 하지 못해 힘든 팀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가에서는 많은 것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비대면 수업,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등록금 반환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학교 미식축구부의 운영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정말 필요한 것이 동업자 정신이다. 우리팀은 많은 신입선수들을 선발해서 선순환으로 가고, 라이벌팀은 듣자 하니 신입선수선발이 힘들어 선수층이 얇아진다면 당장이야 전력상 우위를 점해서 좋을 수 있겠으나 이것이 장기화된다면 절대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많은 팀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미식축구판 전체가 넓어져야 한다. 부산에 고등학교 검도부가 2개팀이 있었다. 남일고와 배정고. 배정고 검도부가 오랜 역사를 뒤로 하고 몇 년전에 해체되었다. 부산의 검도계는 현재 위기의 시간이다. 라이벌팀이 해체되어 결코 남은 팀이 쾌재를 부를 상황이 아닌 것이다. 

소위 미식축구 생태계가 풍부하고 다채로와야 된다. 자연생태계가 건강한 대지, 강, 식물과 곤충들 그리고 먹이사슬을 이루는 많은 생명체가 그 안에서 서식하고 생존하고 자손을 퍼뜨리듯이 미식축구 생태계 안에는 여러 지역의 학교팀, 사회인팀, 지역협회와 중앙협회, 미식축구 유뷰버 뿐만 아니라 장비를 파는 스포츠 용품점, 인터넷 까페와 미식축구와 관련 동호회, 플레그 풋볼등등이 서로 어우러져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말 그대로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비인기 단일종목이 스스로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인구 2억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인구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비인기 스포츠 종목이라도 그 안에서 자립하여 운영되는 조건이 만들어 진다는 뜻이다. 협회가 있고 일정수 이상의 팀들이 존재하고 코치나 감독은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팀을 돌보고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고, 대회나 경기들이 때로는 방송이나 뉴스에 소개되기도 하며, 관련 장비를 파는 업체도 등장하는 것을 자생하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인구 5천만의 우리나라는 아직은 비인기종목이 자생하기에는 충분한 인구수, 시장규모가 안될 수도 있다. 사실 인구 5천만명이라고 하지만 인기 있는 스포츠 조차 그 생태계가 튼튼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야구팀이 약 15,000개에 달한다. 일본만 해도 4,000개가 넘는 고등학교 팀이 있다. 우리나라는 50여개의 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식축구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굳굳히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몇몇 학교가 한국 미식축구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작은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큰 사건은 우리의 일상까지 바꾼다. 코로나 상황이 2~3년 지속하게 되면 우리의 생활방식, 문화, 제도 모든 것을 바꿀 만큼 큰 충격이 될 것이다. 만나면 의례적으로 하는 악수는 코로나 이후 주먹인사로 바뀔 수도 있다. 코로나를 경험하는 많은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민낯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어떤 나라는 불안한 정치가, 어떤 나라는 허약한 방역체계가, 어떤 나라는 공정하지 않은 언론의 맨얼굴이 부각되기도 한다.

스포츠는 정치, 경제, 사회 각각의 분야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며 생존을 걱정하는 코로나 시대에서는 더더욱 우선 순위가 밀려날 수 있다. 하물며 한국에서의 미식축구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서로의 지혜를 모아서 잘 이겨냈으면 한다. 

미식축구가 한낱 학창시설 추억거리로만 소비하기엔 우리 마음속에 너무 크게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