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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특별한 만남

AFKN 한국미식축구방송 한재익 PD님을 만나다.

by HUEMONEY 2020. 12. 9.

이름 : 한재익
주요약력 : 한국미식축구방송AFKN PD, 전 서울미식축구협회 수석부회장, 전 연세대 선수단장

1. 먼저, 본인 소개를 간단히 부탁 드려도 될까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서 부산지역 고등학교 졸업후, 1985년 연세대학교에 입학,  미식축구를 시작하였고, 92년에 졸업했습니다. 2000년대초 사회인팀 아길라스를 창단하고 주장을 2년 정도 맡았습니다. 

지방 및 해외근무가 많은 건설업종에 근무하다 보니, 미식축구는 자주 나오지 못하다가, 지난 2014년 모교선배님들의 부름을 받고, 14년 15년 모교 오비회장단, 16년 17년 서울협회 수석 부회장을 하였고, 지난해까지 모교의 선수단장으로 활동했었습니다. 현재는 AFKN의 PD를 맡고 있습니다.
 
2. 오랜 기간 미식축구를 떠나 있었다고 하셨는데, 돌아와 보시니 그 때 어떠셨나요?

제가 1 학년 때는 오류동 럭비구장 내 흙 운동장에서 시합을 했지만, 그 이후엔 주로 효창운동장 과 부산의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하였고, 대회의 주요경기 기사를 일간지와 MBC등 주요 언론에서 보도를 하여 주었고, 협회 분들의 노력으로 스폰서도 제법 있어서, 대회 참가비가 모자라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심판 진이나 기술은 발전되었지만, 풋볼환경은 반대로 퇴보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지역의 경우, 2016년 춘계대회까지는 서울 팀들이 도봉구장에서 경기를 하였는데, 환경이 열악했어요.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먼지가 많이 날렸고, 비 오는 날은 진흙탕 구장이 되었습니다. 샤워시설도 없어서 선수들이 경기 후, 흙과 땀이 범벅 된 몸을 화장실 옆에서 냉수로 씻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을 타고 귀가를 했습니다.

관중이라고는 없고, 후배들 경기 보러 온 각 학교 졸업생 들과 가족들이 앉을 곳도 땡볕을 피하기도 어려웠죠. 급기야는 경기 스카우트영상을 찍던 매니저 1명이 일사병으로 쓰러져서, 앰블런스가 오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서울협회를 맡고 나서, 서울시내 모든 인조잔디구장을 알아보았지만, 구장의 확보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평소에 제가 잘 알고 지내던 대진대 총장님과 학장님에게 부탁을 하여서, 2016년 추계부터는 인조잔디구장에서 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7년 주기의 잔디교체시기가 가까워져서 잔디 노후화로 미끄럽기도 하지만, 2016년 이후 몇 년은 잔디 상태가 좋았습니다. 특히 120야드의 풀 사이즈 길이의 운동장을 대진대가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축구장은 105m 115야드) 샤워는 운동장 옆 체육관의 전용 샤워장 사용이 가능하게 했고, 멀리 지방에서 오는 팀들이나 합숙 팀에게 게스트하우스 또는 기숙사 숙박이용을 제공 했습니다.

저의 지론은 운동장 환경이 좋지 못하면 경기력도 절대 좋지 못합니다. 이런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울 지역 팀들의 경기력은 향상이 되었고, 지난해 서울의 두 팀이 타이거볼 결승에 진출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뻤습니다.

3. 미식축구방송 AFKN은 어떤 계기로 시작을 하셨나요?

일본의 미식축구를 지금까지 발전시키신 후루가와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미식축구가 발전하려면 1) 좋은 운동장 2) 좋은 심판 3) 좋은 코치 4) 좋은 매스컴 이 필요하다”.  저도 좋은 매스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사연이 있기는 한데, 대학시절 당시 엄하셨던 아버님이 미식축구 하는 거 반대하셔서, 어머님에게만 말씀 드리고,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딱 걸렸습니다. 제가 팀의 주장을 하던 1990년 전국추계우승 기사와 인터뷰가 MBC 데스크 9시 스포츠뉴스에 나온 거여요. 다음날 아침 잔뜩 긴장하고 ‘빠따를 오늘 20대는 맞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 식사 때 아버님이 아무 말씀 않 하시다가, 출근하시면서 녹화테이프를 하나 주시더라고요. 거기엔 9시뉴스 카메라에 찍힌 저의 여드름 많은 얼굴 인터뷰가 있었습니다.(웃음) 이후로는 마음 편하게 운동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선배들에게서 제가 받은 것처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어요. 방송이 도움이 된다면 저처럼 미식축구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4. 방송이 미식축구발전에 어떤 기여를 한다고 보십니까?

인간이란 동물은 사냥이라는 행위를 통해, 지능이 발달하고, 이러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 공유를 합니다. 흔히 얘기하는 공부라는 행동으로 불리며, 방법은 책이나 선생님들을 통하죠.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을 많이 한 민족이 문명이 발달하였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소모와 피해가 너무 큰 전쟁대신에 각 나라에서는 스포츠와 운동을 장려를 하고, 이를 방송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함으로써 사회의 발달과 통합을 이루는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식축구라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방송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공부 수단이 될 수 있고, 발전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 일반인들에 홍보와 관심, 저변확대도 이끌 수도 있다고 보고요.

한 편에서는 스카우팅에 악용될 수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차피 매니저들이 동영상을 다 찍고 있고, 이런 영상도 서로 공유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억지주장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AFKN에서는 저희가 가진 영상을 메신저나 메일로 요청하시면,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매니저들 고생시키지 마시고 통합해서 공유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5. 방송을 하시면서 어떤 어려운 점이 있나요?

말이 좋아서 방송이지 한마디로 막노동입니다.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요. 천 만여 원 가격의 필요한 방송장비는 아직 절반 정도만 마련을 한 상태로, 매번 필요장비를 임대를 해야 하고, 한 번 지방촬영에 드는 비용은 실비로 80~100만원 정도 됩니다. 이런 부분은 저와 석 대표님이 각오를 하고 시작을 했지만, 가장 미안하면서 고마운 부분은 방송을 같이하여 주시는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입니다. 아직 기념품도 못 드렸어요. 형편이 풀리면,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아직 실수가 많고, 미숙한 점 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가장 힘든 부분은 현재의 한국미식축구 현실과 생태계에 관련된 문제인데, 얘기가 좀 길더라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식축구란 운동은 아메리카 이주민의 정착과 서부개척시대 전쟁을 형상화한 스포츠입니다.

신대륙 북 아메리카에 이주한 사람들은 유럽의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이었고, 전투를 할 줄 하는 사람도 없었죠. 이들은 근처의 인디안 들의 습격이나 늑대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가장 현실적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의 전쟁방식을 선택합니다.  

카우보이나 기병대등이 프런티어(개척정신)로 적진에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가는(희생정신) 전쟁방식으로, 이들을 대다수의 주민들이 영웅시하고 지지하고 환호하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주죠(협동정신). 이주민 본인들은 피 한 방울도 묻히지 않는 어떻게 보면 아주 영악하기까지 한 방식이죠.(웃음)  지금도 미국국민들은 군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고,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가 대부분 히어로 영화라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미식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척, 희생, 협동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연동 과 보상관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이 들 세 가지의 관계가 깨졌을 때입니다. 만약에 프런티어들이 희생을 하면서 주민을 지켰는데, 보상은 커녕 비난을 하거나, 별 것 아니라고 무시를 하고, 대접도 제대로 않 해 주면서 하청업체 취급을 한다면, 대부분의 프런티어들은 그들 주민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남은 사람들은 인디언에게 대량학살을 당하거나 늑대의 밥이 될 겁니다.

동서고금 어느 사회나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인생루저들과, 남들 이용해서 본인의 이익을 챙기는 사기꾼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시기심이 가득한 인간들은 항상 있습니다. 주민들이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가거나 선동을 당해서 이들을 지도자로 뽑는다면 재앙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류의 인간들은 인디언이나 늑대가 와도 도망갈 구멍은 항상 만들어 놓고 있어서 가장 먼저 도망을 갑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이주민들이죠.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프런티어들에게 손을 들어 주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미식축구도 70년 역사를 가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척박한 환경입니다. 그나마 유지를 하는 것은 이러한 프런티어들이 개척과 희생을 하고 있어, 지킬 것은 지켜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도 한 푼 받지 못하지만 본인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모교의 후배들을 가르치는 코치들이 그런 분들이고, 편의점 알바 하면서 선수들 밥을 사주는 주장과 팀의 고참선수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운동장에 나오시는 심판님들 모두 다 고마운 분들이고, 선수가 부족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를 마치는 선수들과 냄새 나는 발 테이핑 해주는 등 굿은 일 마다하지 않는 매니저들, 우리는 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AFKN도 2018년 만든 이후, 인생루저들인지 사기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기심이 가득한 존재들로부터, 여러 차례 방해가 있었지만 꿋꿋이 지켜낼 생각입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6. AFKN방송이 초기에 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좋아지고 있는 느낌인데, 이에 대해 설명가능 할까요?

한국의 공대생들이 일본과 서구의 공학기술을 따라 잡은 중요한 다른 점은, 밀리터리 문화와 함께 한국의 공대생들이 즐겨 쓰는 Trial & Error Method(시행착오법)입니다. 다소 거칠지만 성장이 빠릅니다.

우리나라는 제품개발 시 부품의 불량을 찾아서 해결방법은 다른 부품을 교체해서 테스트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채택을 하는 방식으로 불량 잡는데 반나절 정도 걸리는데 비해, 일본의 소니 등 전자업체는 원인분석부터 리포트까지 작성하고 상부에 심의, 승인절차가 3주이상 걸려요. 어차피 결과는 같은데 말이죠.

AFKN도 Trial & Error Method를 쓰고 있는데요. 새로운 시도와 이에 따른 방송품질이 거친 것은 이해를 구합니다. 최종의 목표는 일본의 R tv나 NFL중계의 70%수준입니다.(웃음) 

7. AFKN을 하시면서 어떤 가치들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으신가요?

Life is Wondeful. Be Proud.
현재 대기업의 포함한 기업들의 신입사원 선발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우선 서류전형을 통해 5배수 정도를 뽑고 인성검사 후 블라인드(개인 이력사항 전혀 알 수 없음)면접과 토론을 합니다. 저도 이 과정에 면접 관으로 참여를 했었는데, 선발의 원칙은 분명합니다. 생각의 균형감각, 다른 사람과 소통 및 리더능력, 글로벌시대의 창의적인 사고, 스스로의 자립성과 도전정신, 추진능력 등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성적지상주의가 대학까지 이어지는데 이걸 아직 벗어나지 못한 친구나 판에 박힌 개인소개, 인터넷에 떠도는 모범답안, 소위 족보에 나오는 뻔한 대답(화목한 가정, 원만한 성격, 동아리 회장을 했는데 뭘 좀 잘했다)하는 친구들, 또한 생각이 부정적인 이런 분들은 1순위로 탈락을 합니다. 너무 많아요.

미식축구를 열심히 했다면, 이런 성적지상주의나 판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훈련이 되었을 겁니다. 또한 남들과 다른 커리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요. AFKN은 항상 밝은 면을 바라보고, 칭찬을 하려고 하고 긍정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합니다. 이런 것이 도움되었으면 합니다.

 

8. AFKN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실 것인가요?

장기 지속 성장 가능한 구조(Long-Term Sustainable Growth Strusture)입니다. 관심도 적고 돈도 없는 미식축구 현실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의 참여가 가능한 자원봉사형태인 동호회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고민 중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와 석 대표님은 누구던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해요.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후배들에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미축 후배들이 참여해서 20~30년 뒤에도 미식축구인들 다 모여서 으샤으샤 하는 그런 방송이 되고, 그걸 통해서 미식축구인들 이 좀 친하게 지내고 많이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경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2020 CHAMP BOWL을 중계하고 있는 AFKN 중계진들. 왼쪽부터 석진우, 김성민, 한재익 


9. 이번 챔프볼 경기를 후원하고 방송을 진행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이 되어있고, 잘못하면 미식축구가 고사가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현재 필드에 있는 코치들이나 선수들이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것 상황으로 판단되어서, 백스 아카데미와 AFKN이 나섰습니다. 경북대와 연세대 오비회 후원도 있었고요. 어려운 상황에도 용기를 내어준 경북대와 연세대 선수들과  운동장을 확보해 준 경북대 코치스텝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의 첫 번째 목적은 코로나 시대에 미식축구를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방역도 잘 되고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오늘이 모범사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팀들도 용기 내었으면 합니다.

저희 목표는 올해 안에도 가능하면 친선 경기가 더 있으면 하고요. 내년에도 이어가려고 해요. 코로나 방역은 정부지침만 잘 따르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미식축구 하는 사람들이 뭘 겁내요(웃음) 그런 취지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어요. 


10. 마지막으로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제가 학생시절 운동할 때, 하루 용돈이 1천원 이었고, 학교지원금은 학기당 10만원이었습니다. 창단이 얼마 되지 않아서 졸업생들도 몇 명 없었고요. 1년에 4번의 대회참가비가 대회당 10~15만원 정도이었는데, 항상 모자라서 제대로 낸 적이 없었습니다.

주원복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선생님께서는 허허 웃으시면서 “나중에 돈 벌면 갚아”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되셔서 갚을 길이 없네요. ㅠ

혹시 저희 AFKN 방송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신 분들 계시면, 좋은 직장 취업해서 돈 많이 버시고요. 10년 뒤, 20년 뒤에 AFKN 후배들(아직 누군지 모르지만), 아니면 모교의 후배들에 따듯한 밥 한끼 사주시길부탁합니다.

월간 용광로 잘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프런티어 미식축구 월간지 용광로의 이러한 노력이 미식축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