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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특별한 만남

한국 최초 여성 심판 정지은 특집 2020.05

by HUEMONEY 2020. 7. 13.

정지은 (성균관대 09학번)
현)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현) 성균관대학교 트랜스미디어연구소 연구원
현) 서울협회 심판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학생회장 역임(2017)
성균관대학교 미식축구부 입부(2018)
대학미식축구 협회 홍보마케팅 팀장(2019)

'매니저라서 못해요!'는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애초에 공을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 들어왔기 때문에 뭐 운동을 못하더라도 잘하더라도 공 한번 다뤄보고 선수들 헤드기어 두드려도보고 직접 체험하면서 미식축구를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랑 같은 여자 심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성균관대 영상학과09학번 정지은이구요 지금 현재 성균관대 영상학과 대학원에서 영상콘텐츠 기획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로얄스에서 2018년도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2019년도에는 대학미식축구 협회 홍보마케팅 팀장, 그리고 서울협회 심판을 대한민국 최초로 하게 됐습니다.

미식축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
입문 계기가 남들이랑 좀 다를 수도 있어요. 선뜻 해보자 느낌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다양한 스포츠 팀을 많이 했었구요, 농구 야구 배구 등 제가 직접 플레이어로 뛰는 일들을 많이 했었는데 2017년도에 제가 학생회장을 하면서 바로 옆에 무장실이 있었거든요. 무장실이랑 운동장이 맞닿아있어요. 계속 훈련하는 장면들을 보고 선수들 움직이는 거 매니저들이 선수들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서 아~ 생각보다 내가 직접 플레이하지 않아도 미식축구를 할 수 있겠구나. 뭔가 굉장히 멋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입부하게 되었구요. 그 당시 제가 4학년 2학기도 아니고 5학년 1학기였기에 1년 활동을 약속드리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늦은 시기에 입문을 하셨습니다. 기존 선수•매니저 코치진에서 반발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의견이 분분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들어가고 싶다 했을 때 선뜻 바로 입부하세요 이런 느낌은 아니었구요. 논의를 좀 마치고 나서 알려주겠다라고 답변을 주셨고, 기다렸는데 그간 활동 해왔던 것들을 고려해주셨고 그래서 입부할 수 있었던것 같아요. 제가 운동을 아예 몰랐던것도 아니고 열심히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입부를 허락해주셨기에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왔네요.

 

미식축구부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힘든 점은요?
일단 첫 번째는 미식축구는 초반에 뭔가 공부할게 많은거 같아요. 룰도 알아야하고 심판 사인도 알아야하고 그리고 연습만 막상 봤을 때 랑 경기를 실제로 봤을 때가 엄청 달랐어요. 왜냐면 연습만 계속 보다가 뭐지 이것은 왜하는 것인가 이건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 막 이런것들을 생각을 하다가 경기를 딱보는 그 순간부터 아는 느낌이 드는거죠. 점수 체계나 이런 부분들을 간략하게 세미나를 듣고 또 공부도 하고 하다보니까 이게 불필요한게아니라 진짜 필요한걸 하고 있었는데 단지 그게 경기로 본적이 없으니까 약간 몰랐던거죠. 그래서 춘계가 시작하고 나서 사실 더 재밌어졌어요.

내가 감독이라면 신입생들이 가질 수 있는 어려움들 중 어떤 부분들을 해소시켜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영상학과보다보니까 영상으로 이런 부분을 해결할텐데 사실 컨텐츠를 잡아야죠 뭔가 표본이 될 수 있는 경기를 하나 골라서 보여주고 점수 체계는 이렇고 그 다음에 저 선수는 지금 뭘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간단히 보여주면서 브리핑할 수 있는 세미나가 1차적으로 있어야할거 같아요. 막상 연습을 나와라 해서 흙먼지만 뒤집어쓴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매니저도 선수도 똑같이 느낄거 같은데 그렇지 않고 눈으로 보고 "아~ 저런것들을 하기 위해서 이걸 하는구나"라는 자기 머릿속에서의 고민들도 어떻게 보면 훈련의 일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선행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첫 여성심판을 하게 된 계기
일단은 저는 제가 특징이 있는거긴 해요. 제가 원래 운동을 하는 종목을 접하게 되면 직접 플레이어로 대회를 뛸 때 까지 하던가 아니면 심판을 하는 편이였거든요. 실제로 농구나 이런것들은 심판을 했구요. 야구도 심판 세미나를 받았었고 농구, 배구, 야구 다 플레이어로 뛸 수 있었기 때문에 계속 했었어요. 그래서 미식축구도 어찌보면 "선수는 안되고 심판을 해야하나?"라는 고민을 조금씩은 하고 있었구요. 두 번째로는 결정적으로 실현 될 수 있었던 거는 서울협회에 김인태 심판위원장님이 권유를 해주셨어요.저희 매니저들한테. 여자 매니저들도 어찌보면 심판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선수들보다 더 정밀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있는거다. 그래서 고려를 해봐라. 그 때 솔깃한거죠. 진짜 할 수 있구나! 그래서 견습 심판부터 시작하게 되서 심판을 하게된거 같아요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 과천 관문체육공원에서 진행을 했는데요. 그때 한국외대와 성균관대 경기의 라인저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심판활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권유 받은 분들 중 혼자 심판 활동을 하고 있으신건가요?
적극적으로 권유 받은 다른 매니저들이 있는데, 둘 다 취업 관계 때문에 아무래도 멀리 가있는 상황이라 하기 힘들었을거구요. 저는 아무래도 1년 반 동안 학교에서 일을하고 대학원에 들어오다보니까 학교 근처에 있다보니까 아마 할 수 있는 상황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연차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지식적으로 보나 앞서 말한 두명의 매니저들이 정말 월등히 잘하시기 때문에 그들이 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심판으로서 첫 시합, 어떠셨나요?
어우 대게 많은 감정이 교차했죠. 처음에 야 이거 내가 일 내는거 아닌가 하기 전에는 잔뜩 쫄아서 했는데 그래도 제가 농구심판으로 휘슬을 불어본 경험은 많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그래 내가 뻔뻔해야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임했고 실제로 그래서 첫 경기에 플래그를 던졌어요. 첫 경기에 플래그를 던졌고 그게 진짜 판정으로도 나갔고 이런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배심판님들로부터 약간 뻔뻔하다. 정말 뻔뻔하게 잘한다. 얼타는 느낌 없이 정말 뻔뻔하다. 그런 느낌으로 많이 말해주셨는데 그러다보니까 처음에는 되게 좀 무서웠어요. 내가 경기를 잘못 하면 어떡하지.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나고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차곡차곡 하나씩 계속 하고 있는거 같아요.

처음 플래그 던진 반칙?
펄스타트죠. 라인 져지기 때문에 볼수있는 건 딱 하나 펄스타트와 오프사이드.

어느 팀 반칙이었나요?
한국외대였어요(웃음) 상대선수들이 굉장히 싫어했어요.

 

"나 미식축구 심판 해"라는 말을 했을 때의 주변 사람 반응은요?
일단 저희 성대 로얄스분들은 진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의무심판제도를 춘계가 아니라 추계때 시행이되었고 춘계때는 아직 의무심판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저만 연습을 하고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다른 뭐 저희 팀원들이나 매니저들이나 "언니 멋있어요!" 혹은 "그래 해봐라 할 수있다" 이런 얘기를 안해주셨으면 중간에 중도하차했을 가능성이 높았던거 같아요. 왜냐하면 맨날 진짜 내가 잘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많이 응원해주셨고 감사했고 가족들은 일단 "너는 안하는게 없구나 너는 안하는게 뭐냐 아 이제는 미식축구까지 해?" 이런 느낌으로 처음해는 해주셨는데 나중에는 이제 약간 그런거 있잖아요 부모님들 특징이 저한테 와선 "니가?"이러지만 밖에선 "우리 딸이~" 이런식으로 많이 (그래! 내앞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심판하면서 가장 힘든 점과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젤 힘든 점은 진짜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직도 이게 뭐지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진짜 꾸준히 경기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보는거랑 티비로 보는거랑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또 영향도 있고 그에 반해 지금 코로나 때문에 춘계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그것도 어려운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구요. 공부 많이 해야 돼요. 진짜로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잘 알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있고 하지만 좋았던 점은 제가 아무래도 여자다보니까 경기를 직접 플레이하고 참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남자팀에서 농구도 하고 남자팀에서 야구도 하고 교내경기는 뛸 수 있었거든요. 그 정도로 노력을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미식축구는 그게 엄두가 안나는 상황이니까 이게 어떻게 충족이 될까? 했는데 심판을 하니까 그래도 필드 위에서 선수들과 호흡하고 그런게 정말 좋은 뿌듯한 경험인거 같아요.

미식축구 규칙 공부는 무엇을 보고하나요?
일단 협회에서 정규 규정집을 내기 때문에 규정집을 가지고 심판들도 세미나를 합니다. 심판교육도 있고 세미나도 있고 이 룰에 대한 어떤 적용이 있을것인가 대한 부분도 협회마다 달라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균일하게 될 수 있게 논의를 하는 편이구요. 실제로 2019년 7월 국대캠프할 때 심판들도 세미나를 했어요. 총회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해서 그때 많이 공부가 됐죠. 아 이런 룰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그 다음에 나만 고민하는게 아니구나 뭐 이런것도 있고 막 선배심판님들 워낙 연륜 있으시다보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존경심도 들었고 진짜 심판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협회에서 맡아보고싶은 직책이나 활동은?
뭐 맡아보고 싶다긴 보다는 오히려 제가 하고 싶다기보다는 '저랑 누군가가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오히려 많이 했어요. 만약에 홍보팀은 홍보팀, 사무국은 사무국 그런 부분들이 인력이 모자라기도 하고 진짜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 해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이여야하는데 뭔가 그러지 못한거 같아서... 사람도 적고 항상 힘들어하고 하다보니까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꼭 팀장은 아니더라도, 팀원으로서라도 누군가랑 같이 일을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나 혼자 하다보니까 좀 힘에 부치지않았나라는 생각이 오히려 더 많이 들어요. 딱히 다른걸 하고싶다는 생각보다는 누가좀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거 같아요.

미식축구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몇 사람이 떠오르는데 차례대로 말씀드리면 일단은 성균관대학교 로얄스 출신이구요. 이호재선수를 항상 먼저 떠올리게되는데 저랑 사실 동갑인데 저희가 학번제다보니 저를 누나라고 불러요. 그런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많은것들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잘 알고 있고 정말 열정적으로 미식축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배우고 싶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이 사람만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물었을 때 단언컨대 아니다. 이 사람만큼은 할 수 없겠지만 아무튼 나도 저만큼 열심히 할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두 번째로는 이용욱 성균관대감독님. 제가 협회에서 일하게 된 것도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것도 어떻게보면 감독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서 가능했던 부분이거든요. 저는 2018년에 활동을 시작했는데 2019년부터 심판활동을 하다보니까 아무것도 몰랐어요. 어떤 상황이고 어떤 말씀을 드려야하는 것도 모르는데 권유와 추천을 해주셔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호제 선수의 어떤 부분들에서 "아~ 나는 그정도까지는 못한다"라고 생각이 드셨나요?
미식축구에 대한 모든 것에서 그런 걸 느껴요. 일반 지식이나 모든 것에서 모른다라고 얘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약간 AI인 것 같아요. 운동도 그렇고 모든지 열심히 해요. 실제로 지금 사회인팀도 하고 행정협회일도 하고 있고 심판도 하고 있어요. 이렇게까지 하는게 가능한가? 라고 생각이 들어요. 진짜 미식축구광이라고 할 수 있죠. 미식축구를 좋아하는데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데 무관심한 사람도 있는데 미식축구에서 이 친구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한명 더 있는데 14학번 정호승 친구라고 타이거볼MVP 받은걸로 알아요. 공부면 공부, 생활이면 생활, 미식축구면 미식축구. 정말 대단한 친구인데 약간 잔소리가 심해요(웃음) 근데 진짜 열정이 많아서 다들 잔소리를 들어도 그냥 "그래 맞아"하면서 인정해요(웃음) 저는 생각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다 표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 두 친구한테는 정말 대단하다고 계속 얘기해줘요. 너희만큼만 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우승은 거뜬하다고도 자주 얘기해요

후배 매니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는 아직 후배 매니저라는 말이 적응이 안되요 아직도 후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신입이고 배워야할게 많고 누가 누구한테 이런 느낌이 들긴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한테라도 한마디 던질 수 있다면 매니저 일에 너무 치중하다가 오히려 미식축구라는 좋은 컨텐츠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는게 안타까운거 같아요. 그래서 일도 일인데 즐길건 즐기면서 하자. 왜냐하면 미식축구가 진짜 재밌는 운동이에요. 진짜 이런 운동이 다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할 수 있는 건 다 모아놨어요. 그런 느낌이고. 작은 전쟁이 아닐까? 전술도 있고 전략도 있고 어떻게 풀어헤칠거며 또 두뇌싸움이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주어진 업무. 물! 얼음! 이거 힘들거든요. 그런거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가지 더는 '매니저라서 못해요!'는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애초에 공을 한 번 만져보고싶어 서 들어왔고, 운동을 못하더라도 잘하더라도 공 한번 다뤄보고 선수들 헤드기어 두드려도보고 직접 체험하면서 미식축구를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랑 같은 여자 심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월간용광로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어떠셨나요?
석진우감독(고려대)님이 저를 만날때마다 "어딘가에는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이건 알려야하는 거다" 하시길래 "그러시지 않아도되는데..." 그랬는데 하지만 결국 연락이 오셨더라구요. "해주겠니?" 그러길래 "나를? 알겠습니다."하고 하게 됐는데 저는 영광이죠. 영광이고 제가 이제 여자 심판이랍시고 하는데 쟤 뭐 못보던데?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용광로에게 한 마디
저 사실 되게 오늘 편집장님을 납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협회 홍보팀에 이런분들이 오셔야하지 않을까 이거 정말 멋있는 작업이구요. 사실 되게 부러웠어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멋있고 미식축구에 꼭 필요한 일들이지 않을까 뭔가 우리의 소식을 알리고 공유하고 약간 이렇게 그래 나 여기에도 실렸다 이런 느낌 그런게 월간용광로에서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